오픈테이블 참여후기 - 5

오픈테이블 <HIV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모임> 후기 5



캐나다와 미국에서 오랜 유학 생활 후 13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들은 많았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족들과 친구들도 만나고 해외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한국 음식들도 마음껏 먹고 마지막으로 계속 마음 속에서만 품었던 한국 게이 인권 운동에 동참하고 싶었다. 한국인 게이 친구들이 거의 없어 한국에서 게이로서 사는 삶은 미디어를 통해 접한 것이 전부였다. 아직 많이 오픈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미디어에서 다루는 게이 문제들은 분명히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고 현실과는 괴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컸다. 이런 이유로 한국으로 귀국 후에 인권 단체에 나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분들이 어떤 삶을,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사는지에 대해 배우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에서 LGBTQ+ 인권 신장 및 인식 개선에 기여하고 싶었다.


신입 회원 오티 후에 있는 오픈 테이블에서 마침 평소에 관심을 갖던 HIV/AIDS 주제를 다루면서 참석하게 되었다. 내가 이 모임에 참석한 이유들 중 하나는 호기심이었다. 항상 게이 사회와 연관되지 않을 수 없는 HIV/AIDS 문제에 대해 한국에서 자라고 생활한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좀 더 개방적인 사회에서 지내면서 형성되고 진화된 내 시각과는 (만약에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고 알아보고 싶었다. HIV/AIDS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쉽게 얘기할 수 없을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진중하지만 솔직한 분위기에서 각 개인의 생각과 관점을 공유할 수 있었다. HIV/AIDS에 대한, 그리고 HIV에 감염되었거나 AIDS 질병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얘기하고,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비롯된 혐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논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오픈 테이블 토의를 통해서 느낀 점은 HIV/AIDS와 대한 나의 견해와 다른 분들의 견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단지 좀더 개방적인 환경에서 자라고 생활해서 나는 다를거라는 오만한 생각에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서 HIV/AIDS에 대해 좀더 심도 있게 생각해 보았는데, 개방적이고 수용적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내면에는 아직 편견과 선입견이 존재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HIV/AIDS를 의학적으로 이해하고 감염자분들이 치료를 통해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 한 편에는 두려움, 걱정, 연민 등 복잡한 감정들이 남아있었다.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오픈 테이블을 통해서 마주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픈 테이블 토의를 하면서 HIV/AIDS에 대한 몇 몇의 편견과 선입견은 의학적 지식의 부재로부터 발생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가 AIDS 환자와 악수하는 모습에 전세계가 주목한 일이 있었다. 그 때 당시만 해도 간단한 피부 접촉만으로 AIDS가 감염될 것이라는 틀린 정보가 만연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HIV/AIDS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타파하려면 올바른 의학적 교육으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나 싶다. 오해와 무지 대신에 이 바이러스와 질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서 정당하지 않은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고 더 나아가 혐오를 줄일 수 있도록 말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먼저 우리 게이 사회의 구성원 한 명 한 명부터 HIV/AIDS에 관심을 갖고 배우려는 자세를 취하면 시나브로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친구사이 회원, 9월 오픈테이블 모임 참여자 / 승겸